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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통증, 디스크 아닌 '척추관 협착증' 발병 증가... 수술 부담 없는 치료법은 [인터뷰]
[인터뷰] 신경외과 전문의 박경제 원장
디스크와 혼동… 척추관 협착증 젊은 환자도 크게 늘어
수술 부담 없고 예후 좋은 '풍선확장술' 주목
허리 통증과 저림 증상이 나타나면 많은 사람들이 '허리 디스크'를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척추관 협착증'인 경우가 있다.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 속 신경 통로가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으로, 허리 디스크(추간판 탈출증)와 증상이 비슷해 디스크로 오해하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이 많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척추관 협착증 환자는 최근 5년 사이 12% 이상 증가했으며, 고령층은 물론 잘못된 자세와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인해 젊은 층 발병률도 날로 늘어가고 있다.
척추관 협착증은 치료를 미루면 통증이 악화될 뿐 아니라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척추관 협착증의 치료법으로, 수술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풍선확장술'이 주목받고 있다. 척추관 협착증은 어떤 질환인지, 또 '풍선확장술'은 어떤 치료법인지 신경외과 전문의 박경제 원장(서울바른신경외과의원)에게 자세히 물었다.
Q. 척추관 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요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 중앙의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입니다. 주로 퇴행성 변화로 척추뼈 주위의 인대와 뼈가 두꺼워지면서 발생하며,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엉덩이나 다리 쪽으로 저리고 당기는 '하지방사통'이 나타납니다. 또,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좁아졌던 척추관이 일시적으로 넓어져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걷다가 멈춰서 허리를 굽히는 자세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척추관 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으로, 주로 중장년층과 노년층에서 발병률이 높지만, 최근에는 잘못된 자세나 컴퓨터•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 등으로 인해 젊은 층에서도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Q. 척추관 협착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요
척추관 협착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통증이 점차 심해지고, 신경 주위의 염증이 심해질 뿐만 아니라, 염증 부위에 거미줄처럼 가는 섬유조직들이 엉겨 붙는 '유착'이 발생해 상태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착이 신경 주변 조직에 달라붙으면 신경으로 가는 혈액순환까지 방해하여 염증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유착으로 인한 신경 압박이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통증은 물론 다리 저림이나 근력 약화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진행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척추관 협착증 발생 시에는 통증을 줄이고 신경 기능을 지키기 위해 유착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제때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수술이 필요할까요
척추관 협착증 치료는 환자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먼저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도수치료, 운동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시도하고, 이러한 방법들로 호전되지 않아 통증이 지속된다면 신경차단술, 신경성형술, 풍선확장술 같은 비수술적 시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거나 마비 증상 등 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즉, 증상이 경미하면 수술 없이도 충분히 호전이 가능하지만, 비수술적 치료로도 조절되지 않는 중증 협착증의 경우에는 척추 감압술 등의 수술을 검토하게 됩니다.
Q. 비수술 치료법들, 특히 '풍선확장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신경차단술은 염증을 줄이는 약물을 신경 주위에 주사하여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이고, 신경성형술은 꼬리뼈 등을 통해 가느다란 카테터를 삽입한 뒤 약물을 주입하여 유착을 풀어주는 시술입니다.
풍선확장술은 꼬리뼈 부위를 국소마취한 후 특수 제작된 가느다란 카테터(관)를 척추 신경통로까지 삽입하고, 카테터 끝에 달린 작은 풍선을 협착 부위에서 부풀려 좁아진 신경 통로를 직접 넓혀주는 시술입니다. 풍선확장술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특수 카테터를 경막 외강까지 넣어 시행하므로 전신마취나 큰 수술에 대한 부담이 적은 비수술적 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신경차단술은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 주변에 약물을 주사해 염증을 줄이는 방법이지만, 척추관이 좁아진 부위의 유착을 직접적으로 제거하지는 못합니다. 신경성형술 역시 가는 카테터로 협착 부위까지 접근하여 약물을 주입하고 일부 유착을 풀어줄 수 있지만, 유착이 매우 심한 경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 풍선확장술은 카테터 끝 풍선을 부풀려서 두꺼워진 인대나 유착된 섬유조직을 물리적으로 박리하고, 좁아진 척추관 자체를 직접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풍선으로 유착을 효과적으로 풀어준 뒤 그 부위에 약물을 주입하면 염증 제거와 통증 완화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어 치료 효율이 높아집니다.
Q. 풍선확장술은 어떤 환자들에게 특히 유용한가요
풍선확장술은 특정 연령층에만 국한된 시술이 아닙니다. 척추관 협착증으로 인한 신경 압박 통증이 있고 수술 없이 증상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비교적 젊은 환자분이라도 풍선확장술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척추관 협착증 자체가 퇴행성 변화에 따른 질환이기 때문에 실제 시술 환자의 연령대는 높게 나타납니다. 실제 임상 결과에 따르면 풍선확장술 환자의 약 76%가 60대 이상이었고, 80대 이상의 초고령 환자도 18%나 될 정도로 고령층에서도 안전하게 시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풍선확장술은 국소마취로 진행되어 전신마취에 대한 부담이 없고 시술 시간도 약 20분 내외로 짧으며, 정상조직 손상이 거의 없어 시술 후 2시간 정도 안정을 취한 뒤 바로 보행이 가능할 만큼 회복이 빠릅니다.
그래서 당뇨병, 고혈압, 골다공증처럼 수술에 위험 부담이 큰 만성질환이 있는 분들이나, 고령으로 수술을 망설이는 환자들에게도 특히 유용한 치료법입니다. 또 풍선확장술은 척추 중앙의 협착증 환자뿐만 아니라 신경 뿌리가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진 '추간공협착증'(신경근관 협착) 환자, 디스크 탈출증으로 인한 다리 신경통이 있는 환자, 기존 신경성형술 후에도 통증이 재발한 환자, 척추 수술 후 생긴 유착으로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의 경우에도 좋은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척추관 협착증, 추간공 협착증, 디스크 병변, 척추 수술 후 통증 등 다양한 척추질환에 풍선확장술을 응용할 수 있습니다.
Q. 풍선확장술은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치료법으로 알고 있는데요, 실제 진료현장에서의 안정성이나 효과는 입증이 되었나요
풍선확장술은 임상 연구들을 통해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입니다. 실제로 국내외 연구에서 풍선확장술을 받은 환자들이 의미 있는 통증 경감과 함께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와 힘찬병원 신경외과 연구팀이 척추관 협착증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 따르면, 풍선확장술을 받은 그룹이 신경성형술을 받은 그룹보다 시술 후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 효과가 오래 지속되었고, 환자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또 다른 국내 임상 분석에서는 풍선확장술을 받은 환자 192명을 평균 10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시술 전과 비교하여 환자들이 느끼는 통증 점수(VAS)는 약 42.5% 감소했고 허리 기능 장애 지수(ODI)는 약 37.6%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유착이 심해 수술까지 고려했던 환자들의 98% 이상에서 풍선확장술만으로 증상이 호전되어 수술을 피할 수 있었다는 보고도 있어, 풍선확장술이 많은 협착증 환자들에게 수술을 대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선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Q. 척추관 협착증으로 고민하는 환자분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척추관 협착증은 방치하면 통증이 점차 심해질 뿐 아니라 보행 장애로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오래 걷기 어려울 정도의 증상이 있다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꼭 필요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말씀드린 풍선확장술을 비롯해 환자 상태에 따른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통증을 개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미루기보다는 전문의와 상의하여 본인에게 가장 알맞은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비수술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심하거나 마비 증상 등 신경학적 문제가 진행된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에도 환자분 상태에 맞춰 정밀하게 수술을 계획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