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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협착증?...헷갈리는 허리 통증, 제대로 알기
허리가 아플 때 우리는 흔히 "디스크가 나갔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병원에 오기도 전에 스스로 "아마 디스크일 거예요"라고 단정 짓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검사를 받아보면 '디스크'가 아닌 '척추관 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놀라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름도 생소하고, 디스크와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는 말씀도 자주 듣습니다.
두 질환 모두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동반하지만, 발생하는 원인과 증상의 양상, 그리고 치료 접근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허리디스크, 정확히는 요추 추간판 탈출증은 주로 20~40대 젊은 연령층에서 자주 발생하지만, 중장년층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갑작스럽게 허리에 무리를 주는 동작을 할 때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압박하면서 통증이 발생합니다. 허리부터 엉덩이, 다리까지 저릿한 통증이 뻗치는 것이 특징이며,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 통증이 심해지고, 누우면 비교적 편안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척추관 협착증은 주로 50대 이후 중장년층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나이가 들면서 척추 주변의 인대나 관절이 두꺼워지고, 척추 속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점차 좁아지면서 신경이 눌리게 됩니다. 오래 걷거나 서 있으면 다리가 땅기고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고, 앉거나 허리를 숙이면 통증이 줄어드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를 '신경성 간헐적 파행'이라고 하는데, 일정 시간 걷고 나면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저려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걸어야 하는 증상입니다.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나 느낌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디스크 환자들은 허리 자체의 통증이 강하다고 느끼는 반면, 협착증 환자들은 허리보다는 다리가 무겁고 저리며 통증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무릎이나 혈관 문제로 오해해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무릎, 엉덩이, 종아리, 발끝까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정확한 감별 진단이 중요합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mri나 ct 같은 정밀 영상 검사가 필요합니다. 단순 엑스레이만으로는 디스크 돌출 정도나 협착의 위치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고, 두 질환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정밀 검사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바른 진단이 곧 적절한 치료의 출발점입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의료진의 판단뿐만 아니라,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진료실에서 겪고 있는 통증의 양상과 변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보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허리 통증이 어떤 질환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고 나면, 불필요한 걱정을 줄이고 더 적절한 치료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단순히 '허리가 아프다'는 느낌만으로 진단을 내리기보다는, 통증이 어떻게, 언제,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를 꾸준히 관찰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척추관 협착증은 증상의 양상과 심각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 다행히 많은 경우 수술 없이도 통증을 조절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걷는 데 큰 어려움이 없고, 대소변 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먼저 약물치료로 염증을 가라앉히고, 물리치료나 도수치료를 통해 허리 주변의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는 보존적 치료를 시행합니다.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신경차단술이나 주사 치료를 병행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신경성형술 같은 시술을 통해 비교적 간단히 증상을 완화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신경성형술은 마취나 입원이 필요 없는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당일 진료로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의 약물이나 물리치료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라면, 무조건 수술을 선택하기보다는 먼저 이러한 시술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생활 습관의 관리입니다. 협착증 환자에게는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이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일상 자세에 주의해야 합니다. 의자에 앉을 때는 허리를 약간 굽히고 등받이에 기대어 앉는 것이 좋으며, 장시간 서 있거나 허리를 바르게 세운 자세는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좌식 생활보다는 의자 생활을 권장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허리를 굽히기보다는 무릎을 굽혀야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가벼운 걷기 운동은 혈류를 개선하고 근력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통증이 심한 날에는 무리하지 말고 시간을 나누어 간헐적으로 걷는 것이 좋습니다. 통증이 있을 때는 억지로 움직이기보다는 충분히 쉬는 것도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보행 거리가 급격히 줄어들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고 대소변 장애가 동반된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최소 침습 수술이나 부분 절개 수술의 발전으로 회복 시간이 단축되고, 부담도 과거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받고 나에게 맞는 치료 방향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꾸준히 관리한다면 수술 없이도 충분히 건강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디스크 협착증 극복의 첫걸음입니다.